작성일 : 08-06-30 22:59
Q 에게-2-
조회 : 11,314
글쓴이 : 에이스보트
https://aceyacht.com/gnu/boating_sketch/155

요즘 들어 간간이 보이는 뜨거운 햇살과 청명한 하늘이
문득 팜트리가 어우러지던 그곳을 떠오르게 한다..

한동안 연락을 못하고 지내다 보니 마치 자신처럼 바쁘겠거니 하고 여겨진다.
사람은 그렇게 타인의 일상까지 자신의 시각으로 해석하기 마련인가보다..

전곡에서의 보트 쇼가 진행되는 바람에 예정과 달리 아직 이곳에서의 일정에 묶여 있단다..
지난해까지 다소 무리하게 재촉했던 길이, 이제와 보면 아주 적절한 여정을 가졌다는 안도를 하기도 한다.

보스턴을 내려와 다시 서둘러 플로리다를 향해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를 밝혔을 때...
너의 어찌할 줄 모르는 우려가 차창 넘어 보였지만..
내게는 멈출 수 없는 또다른 기로였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성을 기준으로 이었다면 실로 무모함뿐인 여정이었지만
그 알 수 없는 이끌림에.. 가슴 그득 희망을 품은 이방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수 만 마일을 달린 프리웨이의 끝에서 정작 만난 것은..
어디서나 볼 수 있었던 요트와 마리나일 뿐이기도 했다..

그 현실과 희망의 교착이 때론 이곳에서가 이방인인 듯 착시를 주기도 하지만..
여전히.. 무엇이든 무모하지 않을 정도의 것으론 쓸모가 없다는 생각을 떨굴 수가 없단다..
......




여정이 남아 있는 사람에겐 잠시 쉬어가는 찻집에서의 따뜻한 훈기가
그 어떤 것보다 발걸음에 힘을 주기도 하는 법이다.

그러나 머무를 곳이 아니고 잠시 피로를 푸는 곳이었을 뿐이다..
살아가면서의 세월은 선택의 연속이었고..
그 여정의 끝에서 본 것은 다름 아닌 또 다른 선택의 기로였다..

앞이 보이질 않는 토네이도를 만나 길을 멈추어 서야 했을 때...
때론 피로에 지쳐 쓰러졌던 이름모를 모텔에서 나는 결국 만날 수 있었다.

마리나와 요트대신...
그리움과 외로움을 한껏 묻히고 있는 자기 자신을 볼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피폐하긴 했지만.. 나는 오롯이 볼 수 있었던 자신과 함께..
그 옆에 놓인 또 하나의 선연한 길을 볼 수 있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그 이후의 일정 중에... 비가 내리던 어느 인적 없는 마리나에서..
나는 이제껏 볼 수 없었던 가장 큰 요트와 거대한 마리나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길을 내딛으면서..
그간의 피로와 외로움이 말끔히 떨구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표현되지 않은 여백에서 더 많은 삶이 읽혀지는 법이었다.
나는 오늘 문득 그곳이... 그 내 삶의 여백이었던 곳이 그리워진다..

말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음악이 때론 들려주는 것처럼...
시원한 바람과 파도만 일고 있는 바다는..
내게 또 다시 그리움만 키워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름이 다 가기 전에 그 매릴랜드의 잊지 못할 와인 맛을 볼 수 있기를
또 하나의 희망으로 담아야겠다..


2008년 6월 마직막 날...




[이 게시물은 에이스보트님에 의해 2008-06-30 23:06:25 항해일지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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